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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matters

아이의 잔머리 경악...프링글스 사건

                                        <과자를 싫어하는 아이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 + 과자를 주고 싶어하는 부모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

주말은 아이와 집에서 놀아주는 것, 동시에 나도 같이 노는것이 나의 주된 일과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거의 온전히 아이와 같이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블록 놀이도 하고, 책도 읽어주고, 가장 좋아하는 상황극 놀이도 끊임없이 하면서 날씨가 좋으면 둘이 외식이나 외출을 하기도 한다.
엄마는 집에서 둘째를 주로 보고, 집안일을 하느라 너무 바쁘니 첫째는 내가 주로 담당을 한다.

작년에 아이와 주말에 집에서 놀다가 먹을거리를 사러 마트에 같이 갔다.
마트에 갈 때 바퀴가 두개 달린 시장 가방을 가지고 가는데, 주로 아들이 그것을 끌고 간다. 아들 키가 지금 1미터가 안되는데 그 바퀴달린 가방은 아들보다 더 키가 크다. 그나마 그 가방에 아무것도 안 들어 있을 때는 가볍고 바퀴도 있어서 아들이 끌고 다니기 쉬어서 주로 아들이 끌다가 물건이 채워져서 무게가 무거워지면 내가 끌고 다닌다.
동네 마트가 있는 빌딩에 가서 마트에 가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은 작은 키로 큰 마트 가방을 한손에 잡고 끌고 있었다.
엘리버에터 앞으로 척척 걸어가더니 내려가는 버튼을 누른다. 뒤에서 보면 아주 당당한 개선장군 같다.
아들 뒤에 서있던 아주머니들이 그 모습이 귀여웠는지 "아이고~ 꼬마가 귀엽네~" 하면서 수근거린다.
아들은 스윽 뒤를 한번 돌아보고 다시 엘리베이터가 오길 기다리는데...
아주머니들 曰, "저 애봐라. 지보다 큰 가방 끌고 다닌다. 너 어디가니?" 라고 물어본다.
아들 曰, "롯데마트" 표정은 무표정에 고개만 뒤로 돌려서 롯데마트라는 단어만 말하고 씨익 썩소를 짓고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린다.
ㅋㅋㅋ 진짜 내 아들이지만 엄청 쿨하다.
아주머니들 자지러진다. "어머 말도 할 줄아네..." 이러시면서...

좌우지당간 마트에서 먹을거리 좀 사고 추가로 갑자기 프링글스라는 감자칩이 먹고 싶어서(사실은 2개 가격에 3개 주는 세일 중이었다) 충동구매를 하였다.
양파맛하고, 기본 맛하고, 바베큐 맛 세개를 추가로 샀다.

집에 와서 집사람이 차려준 밥을 먹고 잠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아들이 갑자기 프링글스 과자가 먹고 싶단다.
집에 오자마자 아들 눈에 안 보이게 숨겨놨는데 용케도 기억하고 달라고 한다.

아들 曰, "아빠... 그거 긴 통에 있는 과자 먹자. 먹어도 되지. 어디있어요?"
아빠 曰, "아~~~ 그거... 그게 어딨지?"
아들 曰, "그거 아빠 공부하는 방에 있자나? 아까 거기서 봤어?"

흠 아들은 이미 다 알고 질문한거다...흠 이럴수가...

아빠 曰, "아 그렇지..거기 있지...그럼 조금만 먹자..."
아들 曰, "(미소와 함께) 네~~~"

나는 과자를 한통 가지고 나왔다. 젤로 맛난 양파맛을 들고 나와서 먹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 아들에게 기준을 정해주었다.

아빠 曰, "우리 이거 딱 2개씩만 먹자. 너무 많이 먹으면 이빨에 벌레 생기니까..."
아들 曰, "네~~~ 우리 2개만 먹자..."

그러면서 나는 뚜껑을 열어 아들에게 2개만 빼서 먹으라고 과자를 주고 과자 먹을 동안 아빠는 책을 좀 읽겠다고 말했다.
그러니 아들은 흔쾌히 책을 보라고 하고, 자기가 2개 빼먹고 뚜껑을 닫는다고 말한다.
아~ 내가 키웠지만 나이도 어린것이 말을 다 알아듣고 자기 표현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책을 보다가 나는 아들이 과자를 2개 꺼내는 것을 흘낏본다. 프링글스 과자는 다들 아시겠지만, 부드럽게 구부러진 타원모양이고 얇아서 정확히 몇개를 집었는지 보이지는 않지만 대약 보니(난 눈이 별로 안 좋음) 그 두께가 얇은 것이 한 2개정도 되 보였다.
그런것 까지 몇개인지 따지면 아이가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 그냥 말로...

아빠 曰, "2개만 먹는 거 맞지?"
아들 曰, "네~ 2개 먹고 이따가 먹을 께요."

마음이 흐뭇하다.

아빠 曰, "그거 우유랑 같이 먹으면 맛도 있고, 키고 크고 좋아요~"
아들 曰, "네~ 우유 가지고 올께요~"
하면서 손에 있는 프링글스 과자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런데 바닥에 내려놓은 과자를(2개라고 하지만 이 과자는 같은 모양의 과자가 포개어져 있어서 하나같이 보인다.) 우유가지러 가다가 발로 툭 건드리게 된다.

그런데 이게 뭔가~~~ 그 과자가 예쁘게 포개어져 있다가 뿔뿔히 흩어지는데, 4개가 아닌가!!!

아들과 나는 동시에 그 뿔뿔히 흩어진 과자를 쳐다본다. 분명히 4개다. 아들이 2개라고 말했는데...4개다...

잠시 뒤 나와 아들의 눈이 동시에 마주친다. 아들의 표정은 약간 당황한 듯하다.

아빠 曰, "그게 왜 4개지? 2개만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아들 曰, "어 이게 왜 4개지? 자세히 보니 과자가 4개네...(썩소와 함께)"
아빠 曰, "2개만 꺼낸거 아니었어?"
아들 曰, "2개는 내가 먹고, 2개는 아빠가 먹어요."

순간 아들의 영민함에 당황하고, 이 놈이 언제 산수를 배웠지?라고 생각한다. 만 3살도 안된놈이 어떻게 2 더하기 2를 하지? 더군다나 난 숫자를 가르쳐 준적도 없는데...

그런데 중요한것 아들의 영민함이 아니다. 도대체 왜 2개라고 약조한 놈이 4개를 손에 가지고 있었는가 이다...

아빠 曰, "너 왜 약속을 안 지키지? 2개만 먹기로 했자나..."
아들 曰, "네~ 2개만 먹을께요"

헉... 맞다 2개만 먹으면 된다... 4개를 꺼내서 2개만 먹으면 되지...헉...

아들의 천역덕스러운 대답에 더 긴장하면서 육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해본다.

멍하고 있다간 곧 아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될 것 같다.

자자~~~ 긴장하고 정신차리자~~~

이 날 아들은 과자 2개만 먹고, 2개는 아주 자연스럽게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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