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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matters

홈스쿨보다 나은 아빠교육

<아이가 스스로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것... 그것이 아빠의 역할>


올 해 첫째가 5살이 되다보니 슬슬 아이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들곤한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모범생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부터 무언가 스스로 그리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4살때까지 아이는 어린이집에 1년간 다녔었고, 일주일에 한번씩 홈스쿨 선생님이 집에 오셔서 아이와 놀이수업을 진행해 주셨다.

내가 지금까지 겪은 홈스쿨의 경헙을 말해보면...
많은 아이들 학습기업에서 선생님들이 오셔서 기본적으로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는지 한번 수업을 직접 하시면서 보여주신다.
그러면 나는 선생님 옆에 있으면 선생님이 좀 뻘쭘해 질 수 있으니 안보이는에서 수업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대부분의 선생님은 정해진 수업 내용과 교재에 맞추어 아이들에게 질문하고 반응을 유도하고, 어느정도 반응이 되면 다시 다음 과제로 넘어가는 식이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보다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내용을 touch하고 넘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아이의 반응을 보면서 섬세하게 수업을 관리하기 보다는 정해진 틀을 수행한다는 느낌이 많았다.
조금 더 action이 큰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좀 더 좋은 반응을 보여주기도 했고, 책이나 교재를 이용하는 수업보다는 도구를 이용한 수업이 더 아이의 반응이 좋았던 것 같다.

그러나 내가 항상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홈스쿨 수업에서는 아이에게 정해진 답을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정해진 답을 찾으면 선생님은 칭찬을 하고, 정해진 답을 비켜나가면 선생님은 계속 질문하고 답을 유도한다.

이런것이 맞는 방법일까? 나도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세대이지만, 정작 아이들이 이런 교육을 받는 모습을 보니 뭔가 개선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부모님들이 불타는 열정에 내가 하면 더 잘할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참고로 홈스쿨 선생님들은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지금 읽고 있는 책 중에 DRIVE라는 책이 있는데, 우리가 무의식 중에 알고 있는 사실중에 정리해 놓은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은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일이라고 생각할 때와 놀이라고 생각할 때 그 결과의 차이는 엄청나다."
결국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느냐 아니면 남이 시켜서 하느냐의 차이다.

그래서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홈스쿨을 많이 하기 보다는 아빠교육을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한 아빠 교육의 목표는 "놀면서 생각하고 성장하는 아이 만들기" 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이 된다. 나는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내가 정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절대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2. 아이의 의견을 100% 존중한다.
3. 준비하고 다가가자.
4. 나부터 즐거워 하자.
5. 아이입장에서 생각하자.

뭐 그리 원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도 지키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쓰지는 못했다.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아빠들은 상당히 많다. 나도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하는 아빠이지만, 단순 놀이말고, 아이들을 보기 위한 시간때우기 말고, 의미있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을 해 보았다.

아빠교육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먼저 아이들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선생님보다 훨씬 편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아이의 생각이 더욱 유연해 진다.
그리고 아이 속의 아빠에 대한 공간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아이와 아빠 사이의 신뢰가 커진다.

제일 처음 해 보았던 것은 아이와 책방 가기 였다.
둘이 손잡고 동네 책바에 가서 아이가 원하는 책을 고르라고 했다. 그 책이 동화책이건, 스티커북이건, 장난감 책이건... 아이가 원하는 책을 고르게 했고, 그것을 가지고 아빠와 같이 놀것이라는 말을 미리 해 주었다. 그래서 아빠랑 같이 놀고 싶은 책을 골라주라고 하였다.

책을 하나 사서 집에 온 후 흥미가 사라지기 전에 바로 같이 앉아서 책 봉지 뜯기 부터 시작했다. 4살정도의 아이들은 책봉지가 꼼꼼히 싸여 있으면 쉽게 풀지를 못한다. 아이의 모든 행동이 스스로의 생각의 결과에 의한 것이 되도록 단순한 책봉투 뜯기 부터 어떻게 하여야 잘 열수 있는지 옆에서 지켜보면서 잘 하면 칭찬을 하는등 의지를 넣어주었다.

책을 개봉하면 드디어 본격적인 아빠놀이로 들어간다.
처음에는 자동차 장난감이 부록으로 있는 자동차 그림책을 아이가 선택했다. (3살때였다. 만 28개월 정도...)
그 책을 왜 골랐는지 이야기를 서로 해보고, 책의 내용을 한번 읽어주었다. 물론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구연 방식을 빌려서 읽었다.

아빠가 아이와 놀 때 선생님과 조금 다른 장점은 아이를 더 가까이서 대할 수 있고, 아이도 그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장한장 읽어주면서 아이가 어떤 단어에 어떤 표현에 어떤 그림에 더 좋은 반응을 보이는지, 그리고 잘 모르는 반응을 보이는지등등의 세심한 아이의 표정을 보면서 아이가 정말 스스로 만족해하는 표정을 짓거나 그런 행동을 하면 그 다음장을 읽어주곤 하였다. 처음에는 읽어주다가 아이에게 직접 그림을 말로 표현해 보라는 제안을 하고 아이가 자기에게 조금 부담스러운 과제를 받더라도 그리고 그 행동이 틀리더라도 아빠가 아이를 진심으로 믿는 표정과 행동을 보이면 아이는 이내 편안해 하며서 더욱 자신감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침 처음 산 책에는 그림책에 맞는 장난감이 들어 있어서, 그림을 읽으면서 스스로 장난감으로 상황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고,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의 행동에 아빠가 반응을 보임으로써 아이가 스스로 자기가 하는것에 자신감으로 가지고 동기부여가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아이들은 책을 볼 때 자기맘에 들면 10번이고 20번이고 계속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날 우리는 이 책과 장난감을 가지고 1시간동안이나 놀았다. 아이가 책의 그림을 정확하게 표현하기를 기대하지 않았고, 장난감으로 정확한 동작을 하기를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아이는 처음에 책을 보고 놀때와 1시간뒤에 책을 보고 놀때는 확연히 다른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림책을 표현하고 장난감으로 다루고 있었다.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 30분정도 책을 읽어주고 놀아주다 보면 일단 힘들다. 그러면 슬슬 아이에게 그만하자고 하거나 그만할 궁리를 하게 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아이가 정서적으로 만족할 때까지 아빠가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면 아이는 분명히 다른 결과물을 스스로 찾아낸다. 이게 홈스쿨 선생님이 하지 못하는 가장 큰 부분인것 같다.

그 뒤로 아이와 나는 매주 정기적으로 책방에 간다. 거기에 가서 매주 한권씩 책을 사서 주구장창 집에서 독파한다. 그 날은 집에서 온갖 고성과 모션이 오가며, 아이는 즐거움에 자연스럽게 책을 좋아하게 되고, 놀이를 통한 깨달음을 얻는 것 같다.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어떻게 하면 더 놀아주고 더 스스로 생각하게 할까하는 고민을 아직도 한다.

고민이 하나씩 정리되면 많은 아빠들과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