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siness Insight

아파보지 않았으면 함부로 말하지 마라.

 

                                           <꽃은 예뻐보이나, 시멘트 사이에서 꽃을 피우기 위한 저 제비꽃은 고통과 노력은 누가 알까?>


오늘 글은 정말 몸으로 배운것을 써보고 싶은 마음에 시간을 내어 적어봅니다.

 

지난 2월에 저는 등에 난 양성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이미 아주 오래전인 20여년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뭘 이상이 없는 것 같아 그냥 놔두고 있었던 일종의 혹입니다. 그런데 이게 아주 미세하게 점점 커지는 것 같더니 지금은 주먹만한 크기로 커져서 옷을 입으면 등에 뭐가 뽈록 튀어나온 것이 확연히 보일 정도가 되어 버려서 큰 결단을 했습니다.

 

학생 때 바디빌딩을 할 때는 몸에 살이 많아서 잘 안 보이던 것이 이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이 좀 빠지니 확연히 보이게 되는 것이 그 동안 몸 만들기만 신경썼지 정작 몸에 생긴 이상한 덩어리하나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던 것이 좀 한심스러웠습니다.

 

좌우지당간 병원의 병자만 들려도 경끼를 일으키고 주사바늘만 보면 몸이 오싹해지는 제가 수술을 하기로 하고 병원에 상담을 하러 갔습니다.

 

몸은 건강한 편이라 수술하더라도 뭐 별일 있겠어? 라는 쉬운 마음으로 병원에 갔고, 그 동안 주변에서 맹장수술이니, 심지어는 사고로 큰 수술을 한 사람들을 봐도 그럭저럭 잘 견디는 것 같아서 별 걱정없이 갔습니다.

 

사실 평소에 누군가가 수술을 하고 힘들어 하면, 아파하지 말고 몸조리 잘하면 된다라는 식의 형식적인 위로를 많이 하면서 수술 후 뭐 그리 큰 고통이 있겠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래저래해서 병원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역시 수술보다는 마취주사의 통증이 무서워 예약을 하고 한번 취소를 했습니다. ㅎㅎㅎ 좀 창피한 이야기이지만 취소 후 1달이상 병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결심을 하고 예약을 하고 피검사도 하고, 먹고 있던 홍삼도 끊고(홍삼을 먹으면 피가 응고가 잘 안된다고 하네요.) 수술을 준비했습니다.

 

의사는 30분정도면 수술이 끝날 것이라고 미리 말을 해 주었고 수술실에 누워 마취 주사 바늘이 언제쯤 들어올라나 하는 걱정으로 시작을 하였습니다.

 

아~~~ 정말 마취주사는 아펐습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마취 후 살을 태워서 찢는 소리와 냄새가 나고, 수술 시간은 어느덧 한시간이 되었습니다.

 

부분 마취를 했기 때문에 등을 제외한 온 몸은 한시간 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고 경직되어 있어 온 몸이 굳어 버렸습니다.

의사에게 안 끝나냐고 물었고 의사는 오래된 조직이라 상당히 제가하기가 난해하다고 하였습니다. 마취 주사는 계속 살을 파고들고, 2시간이 되어 수술이 끝났습니다.

 

수술 후 몸은 경직되어서 움직이기가 어려웠으나 1초라도 빨리 수술실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의사는 떼어낸 조직이 커서 피부안에 피고 고인다고 등을 뚫어 파이프 관을 삽입하고, 그 끝에 피를 모을 수 있는 통을 제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잠깐이려니 했는데, 이 피통을 2주나 차고 다녔습니다.

 

의사도 별거 아니라고 하고, 남들도 별거아니라고 하는 혹 제거 수술은 저의 일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제대로 활동할 수 없으니 일을 하는 것도 힘들었고, 잠을 자는 것도 힘들었고, 운동도 할 수 없으니 몸은 쳐지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항생제를 먹고, 소염제를 먹고, 식사를 더 잘해도 몸은 더 아팠습니다. 피통의 피는 줄어들 생각을 안하고, 잠을 제대로 못자니 컨디션도 엉망이었습니다.

가끔 팔을 돌리면 등은 찢어질 듯 아프고, 거울로 본 흉터는 조폭 뺨칠 정도였습니다.

 

그간 주변에 수술을 했던 사람들에게 잘 참으라고 했던 말들이 생각났습니다. 그 사람들이 들을 때 참 어이 없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절대로 아파보지 않고 함부로 말하지 말자!!!"

 

저는 저를 지배하는 사고방식이 주로 경험주의,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나오는 사람입니다. 이상을 추구하나 말과 행동은 절제된 경험주의적인 경향을 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수술을 하면서 아직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많을 뿐 아니라 경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원하는 모든것을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경험주의적인 생각과 행동이 얼마나 편협한지 이해하고 있으나, 그것이 가장 진리와 가깝다고 믿었기 때문에 저는 저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practical한 사고를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책을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간접경험의 가장 좋은 방법은 책과 대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다른 이야기로 전개해 보겠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똑똑한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납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지만...ㅋㅋㅋ

특히 좋은 교육과 많은 학문을 연마한 젊은 친구들을 만날때가 꽤 있습니다. 학교도 좋은 데를 나왔고, 유학도 다녀왔고 좋은 직장을 다니다 온 친구들도 많이 만납니다.

 

그런데 이런 분들 중에서도 유난히 자신의 생각과 결정에 확신을 가지는 젊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물론 자신이 제대로된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자신이 쌓아온 지식에 확신이 있는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그러나 책으로 배운 지식을 맹신하는 것은 참 위험한 발사이며, 자신을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이 공부한 사람일 수록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행동과 그 이유에 대하여 쓸데없는 것처럼 치부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바로 자신이 열심히 한 공부에 대한 확신 때문이죠.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 사이의 논쟁은 그 깊이가 더해질수록 경험에 비해 글이 초라해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글로 배운 것을 몸으로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튀어 나오는 고민들을 다시 자신의 생각과 경험으로 재정립하여 표현하는 것은 사고와 행동패턴의 기본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은 좋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 뛰어듦에도 불구하고,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대기업이건, 벤쳐이건, 중소기업이건 자신이 익혀온 것에 확신이 있지만 그 뒤에 연결되어져야 하는 충분한 고민과 경험이 많이 부족하여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각만으로는 터득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글로 배운 확신만으로 이 험난한 사회에서 누구하나 설득하기 힘이 들것입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치면 교수님들이나 학자분들이 기업에 취직하면 최고연봉의 주인공들이시겠네요.

그러나 세상은 절대 그렇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새롭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피들이 자신이 노력하여 쌓아온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것을 깨닫기 위한 각고의 고민의 과정을 거쳐서 진정으로 스스로도 발전하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단상을 해 보았습니다.

 

수술하기 전까지는 수술전의 불안과 수술 중의 인내와 수술 이후의 고통을 몰라서 내가 판단하는 수준의 고통이 다 일거라 생각했던 제가 참 창피했습니다.

그리고 별거아닌 수술을 하고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대수술이후 이겨내는 사람들의 스토리가 비단 이겨낸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스토리가 더욱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옛 조상들의 격언은 절대 틀리지 않습니다.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더욱 경험하고 고민해서 이 사회와 시대가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과정을 겪으면서 더욱 발전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