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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Insight

회의실의 좀비들

                                                                           <좀비는 내가 처리한다. >


작년부터 좀비라는 캐릭터가 유난히 회자가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부산행"의 성공과 좀비를 대상으로 하는 많은 게임들이 출시되면서 좀비는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서 사회적인 현상을 대변할 때 많이 사용이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좀비가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좀비같은..."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우리가 좀비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가장 많이 떠올리는 장소나 상황은 어디일까요?

아마 회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회사안에서도 회의실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변에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같은 직장의 동료나 다른 직장의 동료들에게 왜 바쁘냐고 물어보면 가장 많은 답변 중의 하나가 "하루종일 회의하느라~" 이런류의 답변일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저도 이런 경험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회의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거나 나쁜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회의들의 문제들은 바로 그 안에 좀비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서 회의가 회의답게 진행이 안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럼 회의실에 서식하는 좀비들은 어떤 종류가 있을까요?

회의에 대하여 논의를 하자면 시간, 내용, 준비, 참석자등등등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나 많지만 오늘은 회의실 안으로 들어와 있는 좀비들에 대해서만 간단히 적어 보고 싶습니다.


1. 스마트폰, 이메일을 사랑하는 좀비

  스마트폰이 완전히 대중화 되어버린 시대에 회의실에 가장 많이 서식하는 좀비는 스마트폰을 사랑하는 좀비입니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않고,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던 말던 스마트폰으로 자기일을 하는 좀비나 노트북을 가지고 이메일을 본다거나 밀린     답장을 따다닥 키보드 소리를 내면서 열일하는 좀비들은 꾸준히 그리고 안정적으로 어느 회사에서든 개체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좀비, 신문 기사를 검색하는 좀비, 이메일을 보는 좀비, 동영상을 보는 좀비들은 회의에 집중하지 않고, 스스로 좀비로서 자기인증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2. 바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좀비

  회의실만 오면 손과 눈과 입이 바빠지는 좀비들도 있습니다.

  회의전에 많이 한가해 보였는데 회의실만 들어오면 수첩에다가 뭘 적는 지도 모를 글들을 열심히 써나가는 좀비들이 있습니다.

  물론 회의 내용을 꼼꼼히 적는 것일 확률이 높지만, 이런류의 좀비들은 회의 내용을 듣고 적는다기 보다는 회의 진행과 상관없이 그리고 경청

  없이 열심히 글을 적는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에 심취해 있습니다. 솔직히 좀비 수준은 아니어서 회의 시간에 적는 흉내를 내는 참석자들은

  많습니다. 그러한 행동이 뭔가 회의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쁘게 보이고 싶어하는 좀비는 열심히 글을 적으면서 수첩의 페이지를 막 넘기고, 눈은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전화기를 들고 알아듣기 힘든 방언을 하면서 전화기를 들고 회의실을 나가서 1분 이내로 다시 회의실을 들어옵니다. 

  산만해서 회의실 전체를 좀비 분위기로 만들기도 합니다.


3. 미팅 불러놓고 혼자 떠드는 좀비

  이 좀비는 좀비 바이러스 파급력이 가장 큰 좀비입니다.

  이 좀비는 회사에서 좀 높은 직급에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바이러스는 퍼트리고 싶을 때마다 회의를 소집합니다.

  회의실에 인간들을 모아놓고, 회의의 목적은 무엇인지? 무슨 내용을 논의해야 하는지? 등은 말하지 않고, 본인의 주장과 불만을 좀비언어로 

  줄줄줄 전파합니다. 

  그나마 말이라도 하면 다행이지요. 같은 DNA의 좀비이자만 성향이 온순한 좀비는 불러놓고 의미있는 논의나 대화 없어 형식적으로 회의를

  끝내기도 합니다. 자기 위의 왕좀비에게 회의라는 형식을 했다라고 말할 필요가 있을 때 인간들을 이용하는 좀비입니다.


4. 미팅 참석해 놓고 혼자만의 세상을 꿈꾸는 좀비

  이 좀비들은 3번의 좀비와는 반대로 하급 좀비들입니다.

  상급좀비들이 뭔 이야기를 하는지를 모르겠고, 회의는 들어오라고 하니 들어는 갔는데 할말도 없고, 재미도 없고, 관심도 없는 그래서 촛점없는

  눚빛으로 회의실에 은근히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좀비입니다.


5. 정치 꿈나무를 꿈꾸는 좀비

  회의시간을 이용하여 다른 좀비들의 눈알을 빼고, 자신이 부러진 다리대신 남의 다리를 달라고 하는 좀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왕좀비들에게 자신의 얼마나 많은 뇌를 파 먹었나 자랑하기에 바쁜 좀비들도 있습니다. 

  이런 좀비들이 잘 자라서 국회로 가게 되면 국회가 좀비가 되는거죠. 국회까지는 아니어도 조직이 점점 좀비들로 가득차겠죠.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종류의 좀비들이 회의실에서 서식하고 있습니다. 


굳이 회의실, 회의와 좀비를 연결지어 표현한 것은 많은 직장인들이 가장 불필요한 시간으로 회의시간을 손에 꼽고 있으며, 실제로 유의미한 회의를 한다고 자랑하는 직장인을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회의라는 것은 단순한 행위입니다. 

여러사람이 해결하거나 공유해야 할 내용이 있을 때 모여서 그것에 관하여 논의하고 결론지어 그에 맞게 행동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면 그러한 것을 하기 위해선 회의의 목적이나, 참석자, 자신의 생각들을 가지고 그 시간에 참여하여 목적을 이루면 되는거죠.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불필요한, 무의미한, 지루한, 화나는 회의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경제가 크게 좋아지지 않고, 경쟁이 심화되고, 그러면서 회사가 창의, 투자 보다는 관리에 집중하게 되면 당연히 회의는 많아 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회의들을 주관자나 참여자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의례히 지나가는 시간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개인 뿐 아니라 기업은 엄청난 손해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감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회의실의 좀비가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회의를 하러 갈 때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안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이 두개만 없어도 회의에 충분히 집중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가능하면 한마디 이상은 의견을 말하려고 합니다. 가끔 흥분해서 과해질때가 있기도 하지만, 회의에 의견을 내고 조율을 하는 과정은 우리가 사회생활 뿐 아니라 가정생활을 하는데도 많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회의실의 좀비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